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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KAI 사천공장에서 요원들이 항공기를 정비하는 모습.

 

싱가포르 북동부 셀레타 항공산업단지. 축구장 500개를 합친 것보다 큰 용지(320만㎡)에 글로벌 엔진업체인 롤스로이스, ST에어로스페이스 등 간판 항공 기업들이 대거 입주했다.

셀레타는 항공기 정비수리(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MRO) 산업의 메카로 통한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은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이 일대에 대대적인 항공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전용 공항(셀레타 공항), 항공기 정비·부품 제조·연구교육 단지 등을 한데 묶어 비행기가 일단 착륙하면 부품 조달부터 정비까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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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MRO에 베팅하는 이유는 MRO가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한 대에 부품 600만개(보잉 747 기준) 이상이 들어가는 첨단 산업이다. 부품 하나라도 고장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번 비행기를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20년 이상 끊임없이 유지, 보수 등 관리를 해줘야 한다. 일단 고객을 잡으면 장기간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가 MRO 특징이다.

비행기 절대 수도 크게 불고 있다. 23일 글로벌 컨설팅사인 ICF인터내셔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여행 수요 등이 늘며 전 세계 민간 여객기가 지난해 2만7100대에서 2025년 3만7900대로 연평균 3.4%씩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엔진, 부품 등 MRO 성장성은 더 크다. 643억달러에서 960억달러로 같은 기간 연평균 4.1%씩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은 급성장하는 MRO 시장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변변한 MRO 전문기업이 없어 외국 업체에 국내 항공기 유지·보수 수요를 뺏기고 있다. KAI에 따르면 한국은 항공 운송업 시장 규모 세계 6위 대국이지만, 연간 7560억원을 외국 업체에 주고 민간 항공기 유지·보수를 맡기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는 자체 보수 조직이 있지만 자사 항공기 위주로 맡고 있어 다양한 거래처를 보유한 외국 업체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낮다”며 “저비용 항공사는 대부분 외국에 MRO를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KAI 등 국내 주요 항공업체 MRO 시장 규모는 약 1조8000억원(2014년 기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집중적인 투자로 세계 4위 MRO 기업인 ST에어로스페이스와 6위 SIA엔지니어링 등을 키워낸 싱가포르와 대조된다. 싱가포르는 자국 항공업체(120여 곳) 중 90%가 MRO 기업일 정도로 시장 선점에 공들이고 있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싱가포르가 중계무역항 입지를 활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MRO 시장 2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MRO를 통해 연 매출액 27억싱가포르달러에 2만명가량 전문 기술자 고용 효과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전문 MRO 업체를 육성해 2025년까지 MRO 시장을 2조5300억원에서 4조26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