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창조인구는 싱가포르 절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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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300년이 국가와 기업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300년은 창조적 개인과 이들이 거주하는 도시의 시대가 될 것이다.”

세계적 도시학 전문가인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는 제14회 세계지식포럼 기간 중 가진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창조, 지식경제의 시대에는 기업과 국가 등 조직보다는 출중한 개인들이 시대를 이끌 것이고 이들이 사는 도시가 변화의 심장부가 될 것이란 평가다.

그는 “창조와 혁신의 시대에서는 교외가 아닌 도심이 성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과거처럼 교외에서 새로운 기업의 탄생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그는 “제조업 기반의 구경제에서 지식 기반의 신경제로 이행과 함께 `집적`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도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장 회장의 지적에 찬성한다면서 더 많은 인재 영입을 위해 치안과 환경 개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대담 내용.

▶장대환 회장=미국의 많은 도시들이 침체에 빠졌다. 디트로이트가 대표적이다. 디트로이트의 핵심 문제는 무엇이었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디트로이트는 현대 자동차산업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영감을 준 위대한 도시다. 디트로이트는 발달 과정에서 주요 시설들이 교외(suburb)로 이동했다. 공장과 쇼핑센터, 교외주택 등이 옮겨갔고 공공기관까지 이전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지식경제 사회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지식과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신경제는 서울과 같이 높은 밀도(density)를 필요로 한다. 풀어말하자면 제조업 기반에서 창조ㆍ지식 시대로 옮아가면서 도심이 중요해지는 경향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디트로이트는 이 과정에서 몰락한 것이다.

▶장 회장=디트로이트를 어떻게 부흥시킬 수 있는가.

▶플로리다 교수=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변화는 창조적 파괴 과정이다. 내가 `위대한 조정(great reset)`이란 최근작을 통해 밝혔듯 이는 오래된 제도의 쇠퇴다. 디트로이트의 몰락과 부상이라는 위대한 조정을 통해 우리는 창조적 파괴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도시 중에서는 여전히 번창하거나 새롭게 부활하는 곳도 있다. 뉴욕, 시애틀, 보스턴 등이다. 도심에 사람이 몰리고 활력을 되찾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업체인 `퀵큰론((Quicken Loans)` 창업자는 디트로이트시 중심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 도시 재생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장 회장=과거엔 도시의 외곽만 남는 도넛 모양이었다면 지금은 도심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도쿄의 도심 재건도 그렇고 뉴욕시도 루스벨트섬에 코넬대를 유치했다.

▶플로리다 교수=정확한 지적이다. 뉴욕만 보더라도 첨단기술이 꽃피는 곳이 교외가 아닌 다운타운이다. 최근에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벤처투자자인 프레드 윌슨에게 이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의 답변은 과거엔 창업자들이 기업 캠퍼스에 밀집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예술가처럼 독립적이라는 이유를 내놨다. 즉 과거엔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 등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제반 설비의 중요성이 높지 않다. 대신 더 많은 정보와 트렌드 등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그만큼 이들은 더 역동적인 도시 중심부를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엔 중요한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도시의 치안 및 환경 개선이다. 일례로 뉴욕의 경우 블룸버그 전 시장이 범죄 소탕에 애를 쓴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말한 대로 인재가 도시에 와서 창업을 하고 또 다른 회사들이 따라오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패러다임 시프트다.

▶장 회장=당신은 `창조계급`을 소개한 사람이다. 어떻게 한국, 서울에서 창조 시민을 키울 수 있나.

▶플로리다 교수=한국은 삼성, LG, 현대차와 같은 큰 회사가 있는 세계적인 기술 선진국이자 창조계급의 국가다. 선진국의 경우 근로자의 3분의 1이 창조계급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거의 50%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은 25~30% 수준이다. 한국은 창조계급을 더 키워야 한다. 서구와의 차이점도 있다. 서구는 위대한 개인이 창조계급인 반면 한국과 일본에선 전체 근로자들이 창조력의 근간임을 알았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에선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내가 살펴본 창조계급의 10명 중 4명은 대학 졸업장이 없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도 졸업장이 없다. 창조계급과 대학 졸업장을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장 회장=한국이 벤치마킹할 도시를 소개한다면.

▶플로리다 교수=어떤 국가는 실리콘밸리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반면 다른 국가는 독일처럼 기술을 깊숙이 발전시키는 것이 있다. 독일은 철강과 자동차에 비교우위가 있다. 한국은 휴대폰과 LED 같은 첨단기술에서 앞서고 있다. 한국은 독일 모델이 적합하다. 한국은 다만 좀 더 개방될 필요가 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이 위대한 이유는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통해 한국은 `인력 고갈(brain drain)`에서 벗어나 `인재 순환(brain circulation)`에 접어들 수 있다.

▶장 회장=한국에 세종시라는 행정수도를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지어 놓았다.

▶플로리다 교수=서울이 한국 경제와 인구의 집중도가 심해서 분산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답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뉴욕, 런던의 경우에도 나는 같은 답을 말했다. 세상은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싫든 좋든 한국의 미래는 서울이다. 영국의 미래가 런던인 것과 똑같은 이치다.

▶장 회장=미래 도시에 대한 전망을 해달라.

▶플로리다 교수=우리의 미래는 도시다. 지난 300년 역사는 국가와 기업의 역사다. 나는 감히 이 두 가지가 모두 매력을 잃는다고 말하겠다. 국가와 기업은 향후 300년 동안은 확실히 생존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조직이 점점 더 중요하게 된다.산업시대에는 국가와 기업이 다였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말했듯 GM에 좋은 것이 미국에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향후 300년은 도시와 창조적인 개인을 위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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