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싱가포르는 어디?’ 동남아시아 차세대 허브항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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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오랜 기간 동남아시아 허브 무역항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싱가포르 물류량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주변 국가들이 동남아 허브항으로서의 지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지난달 31일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 주에 위치한 ‘탄중펠레파스 항구’가 싱가포르의 허브항 지위에 도전하는 대표적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다.

탄중펠레파스 항구 운영업체 측은 지난해 11월 중순께 아시아 최대 규모인 55.5m 높이의 크레인 4대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거대한 크레인을 이용하면 배에 선적된 많은 양의 화물들을 항구로 쉽게 내릴 수 있게 된다. 체 칼리브 빈 모하메드 노 탄중펠레파스 항구 대표는 이러한 설비가 역내에서 제일가는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2000년 문을 연 탄중펠레파스 항구는 2016년 전세계 물류량 기준 19위 항구로 성장했다. 동남아시아의 경제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불과 1시간 거리인 좋은 입지조건에다 항구의 화물처리비용이 싱가포르 항구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했다. 탄중펠레파스 항구는 건설 당시부터 해상 물류량을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항구로 끌어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항구 개발에 관계했던 한 소식통은 설명했다.

또 다른 유력한 도전자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우선 동남아시아 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역내 경제 대국인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게다가 수도 자카르타로부터 100㎞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서(西)자바 주 항구 개발에 30억 달러의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 지역은 도요타 자동차 등 많은 기업들이 입주한 산업단지도 조성돼 있다. 인도네시아의 항구 개발 목적 역시도 싱가포르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루트를 개발함으로써 허브항을 노린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도 10억 6000만 달러를 들여 북부 하이퐁 시에 현재 베트남의 메인 항구 역할을 하고 있는 항구들 보다 수심이 2배 깊어 대형선도 정박할 수 있는 항구를 개발 중에 있다. 이 신항은 올해 초 일부 개장할 예정이다.

태국도 민관 합작으로 25억 달러를 투입해 촌부리 주 동부 해안 항구의 확장 사업을 하고 있다. 태국 항만청은 이 확장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현재의 130%까지 수용 능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여전히 동남아 허브항의 지위를 수성 중이다. 2016년 싱가포르는 3168만 TEU(Twenty foot Equivalent Unit·적재 가능한 20피트 컨테이너 개수)를 처리해 중국 상하이 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유엔무역개발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항의 물류량은 2010년에 비해 8.6% 성장하는데 그쳐 동기간 전세계 물류량이 27.6% 증가한 것에 크게 못 미쳤다.

중국의 인건비가 갈수록 오르면서 동남아시아로 생산 공장을 옮기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동남아시아의 물류량은 11% 이상 증가했다. 인도네시아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53.7% 증가했으며 필리핀과 베트남도 각각 40% 이상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의 라이벌들이 항만 설비를 최신 시설로 개선해 나가면서 갈수록 운송업체들이 싱가포르 항구를 선택해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로 인해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 등에 중국의 투자가 쏟아지면서 싱가포르의 전략적 위치는 심히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낀 싱가포르는 자국 항구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항구 시설을 개선하고 서부 지역 산업단지 인근에 항만 시설을 추가로 개발함으로써 이용업체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2020년대 상반기에 마무리할 예정인 1단계 공사가 마무리 되고 나면 싱가포르 항의 물동량은 현재보다 5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도 지난해 10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항은 싱가포르의 국제적 해양 허브로서의 위치를 강화시켜 줄 것”이라면서 “우리는 (싱가포르를 통한) 항로를 더욱 매끄럽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아시아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