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이긴 첨단 ‘BIM’…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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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이 싱가포르에서 시공 중인 지하철 톰슨라인 T307공구의 마린퍼레이드역이 지어질 공간을 드론으로 촬영한 현장 모습. 삼성물산은 이 사업을 빌딩정보시스템(BIM)을 활용한 설계와 대안공법을 제시, 경쟁사를 물리치고 수주했다. 삼성물산 제공

특정지역 클릭하면 자재부터 설계 데이터까지 화면에 쫙~
공사 12단계 → 7단계로 줄여 최고가격 써냈지만 입찰 성공
안전체험장도 설치 신뢰 얻어 4500억원짜리 톰슨라인 수주

글로벌 건설시장의 경쟁력 확보 조건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공력이다. 자금조달(파이낸싱)과 인력(임금)수급에서 밀리는 한국 건설사는 스마트건설 능력을 통해 세계 건설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말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Land Transport Authority)으로부터 수주한 ‘톰슨라인(Thomson Line) 지하철 T307 공사(톰슨라인 지하철 T307)’는 첨단시공력이 가격(최저가)을 이긴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저가 입찰이었지만 가격이 아닌 발주처의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18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7월 현재 싱가포르는 ‘2030 지하철 노선 확장계획’에 따라 톰슨라인과 다운타운라인(Downtown Line) 등 2개의 추가 라인 공사를 싱가포르 시티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이 수행 중인 톰슨라인 지하철 T307은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Woodlands) 지역과 창이국제공항을 잇는 43㎞ 길이의 톰슨이스트코스트라인(Thomson-East Coast Line) 구간 중 하나다. 대형 터널굴착기(TBM·Tunnel Boring Machine)로 2684m를 뚫고, 개착식 터널 343m와 지하 2층 규모의 정거장 한 곳을 짓는다.

삼성물산이 싱가포르에서 지하철 공사를 수주한 것은 지난 2013년 7월 톰슨라인 213공구 이후 2년 만이다. 공사 금액은 3억9300만 달러(약 4500억 원)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싱가포르에서 6개의 지하철 공사를 수주했지만 7번째인 톰슨라인 지하철 T307을 따내기까지 2차례 나 실패를 경험했다.

지난해 톰슨라인 지하철 T307 입찰에는 총 6개의 경쟁사가 뛰어들었다. 삼성물산이 써낸 금액은 1위 업체보다 3000만 달러나 높았다. 가격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하지만 발주처는 삼성물산을 선택했다. 가격에선 꼴찌를 했지만 기술력과 수행 역량, 안전관리 등을 종합 평가하는 기술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입찰 참가사 중 삼성물산만 유일하게 대안설계를 제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안설계는 기존 12개 공사 단계를 7단계로 줄이는 획기적인 안이었지만 발주처 계획안과 달라 심사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물산은 자체 개발한 빌딩정보시스템(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비장의 카드로 꺼내 들었다. 이 시스템은 공사 기간별 공사단계가 표시되고 특정 지역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해당 지점의 공사 진행 유무와 필요한 자재 등 주요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표시돼 공사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화면을 통해 실제 공사에 적용되는 설계 데이터를 볼 수 있게 되는 시스템에 발주처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톰슨라인 지하철 T307 공구 공사는 톱다운(top-down)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지하철 천장 쪽 공사를 먼저 끝낸 후 하부 공사를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는 방법이다. 초기 공사만 제대로 진척되면 중간에 도로를 옮겨야 하는 문제가 사라져 후속 공사가 수월해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백화점, 호텔 등이 현장 주변에 있어도 큰 문제 없이 공사를 수행할 수 있다.

삼성물산의 현장 안전관리 역량도 발주처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존에 수행하던 T213 현장에 발생 가능한 다양한 유형의 안전사고를 현장 근로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안전체험장을 설치·운영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다.

황한석 삼성물산 시빌사업부장은 “가격을 중심으로 한 경쟁에서 기술력과 안전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의 신뢰를 높여 양질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준공 때까지 완벽한 수행으로 발주처와의 신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현재 싱가포르 최고 빌딩인 탄종파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운타운 C922라인, C923라인, 싱가포르 중심부에 칼데코트 지역의 환승역사 1개소와 총 길이 379m를 건설하는 지하철 톰슨라인 213구간 공사도 수행 중이다. 이밖에 싱가포르 에너지 허브의 꿈을 담은 LNG터미널 3차 공사 등 건축과 토목, 플랜트 등 다양한 공사도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