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안전한 지하공간 없다”…싱가포르 지하철 2단계 918A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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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산업은 2010년대 초반 저가 수주한 중동 프로젝트들로 인해 아직도 어닝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최근 저유가 추세에 중동국가들의 발주는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기 뒤 기회가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독자적인 기술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수주가 가능한 신성장동력 프로젝트와 신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정부도 기존 플랜트 건설 위주의 국가간 협력 관계를, 교통·수자원·신도시 등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건설사들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에 뉴스1은 위기 돌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건설업체의 해외 현장을 찾아 이같은 노력들을 생생하게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오는 10월 완공을 앞두고 마무리 단계에 있는 918A 공구. 탄카케 역의 내부의 외장 공사가 한창이다. © News1

“싱가포르 정부의 임시 화재 허가와 등록 감독관의 검사가 일주일 뒤에 있습니다. 10월 완공을 앞두고 마지막 단계인거죠.”

싱가포르 지하철 2단계 918A 공구 현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를 정도의 무더위 속에 정호 SK건설 현장소장(사진)은 바쁘게 움직이며 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지하철 2단계 공사는 1단계 종착역인 부기스에서 부킷판장까지 16.6㎞를 연결하는 공사다. 이 가운데 SK건설은 보태닉가든~식스애비뉴 역 사이 2.2㎞ 구간 918A 공구 공사를 1930억 원에 수주해 940m 길이의 지하터널 2개와 역사 1개소, 개착터널 1개소 등을 시공하고 있다.

SK건설이 처음부터 이 현장을 수주한 것은 아니다. 2009년 발주·착공됐으나 시공사 부도로 2013년 재입찰 한 것. 재입찰 때 지체된 공기를 만회할 수 있는 기술력이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일 수밖에 없었다. SK건설이 높은 입찰가를 써내고도 수주한 이유다.

정호 소장은 “싱가포르 건설경험이 많은 6개 업체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한경쟁입찰에서 수주한 것”이라며 “발주처인 싱가포르 교통청(LTA)이 재입찰 때보다 완공시기를 3개월 앞당겨 연내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918A 공구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정호 현장소장. © News1

◇굴착도 중단된 부도난 현장…3개월 공기 단축
일반적으로 공사현장과 사무실이 함께 접해 있는 곳과 달리 이곳은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부도난 현장을 바로 맡다보니 사무실을 꾸릴 시간적 여유도 없이 그대로 인계 받아야 했다.

심현진 공무팀장은 “공사를 맡는 순간 다른 것보다 중단된 터널 굴착이 가장 어려웠다”면서 “터널을 뚫고 나감과 동시에 정거장 공사도 한꺼번에 작업해 공기를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LTA가 재입찰때 기술력을 갖춘 6곳만 한정한 것도 부도난 회사가 터널을 뚫다가 중단해서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이 고장나거나 전력차단 등으로 중지됐을때 수리 또는 대기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야 했다.

SK건설은 먼저 터널보링머신(TBM) 기계를 해체해 다시 조립한 후 막힌 터널을 뚫었으며 정거장 공사를 지으면서 추가 레일을 놓는 등 종합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냈다.

심 팀장은 “지하 굴착 공사때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특히 지하수 유입 여부가 관건”이라며 “다른 도로공사와 달리 토목만 있는게 아니라 전기, 신호, 통신 등이 얽혀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관리 능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주처에서 조차 자신들의 요구를 잘 따라와줄까 싶었지만 오히려 SK건설이 3개월 공기를 앞당기고 연내 개통이 가능해지자 싱가포르 일간지 등을 통해 대대적인 개통 소식을 알리기까지 했다.

부도난 회사를 대신해 공사를 맡게 된 SK건설. TBM기계로 완성한 터널 내부. © News1

◇숨겨진 대피공간, 다른 역 공사보다 두 배 작업
연내 개통을 앞두고 지하철이 시범 운행되고 있었다. 토목과 건축은 SK건설이 시공을 맡았지만 나머지 배관이나 전기 공사 등은 SK건설 주관 하에 다른 업체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

정호 현장소장은 “14개 업체의 일정을 우리가 관리하고 있다”면서 “한 업체라도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지하철 개통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전했다.

918A 공구가 특별한 것은 바로 전쟁이나 재난이 일어났을 때 대피할 공간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철문의 두께가 30㎝다 보니 폭파에도 견딜 수 있다. 또 플랫폼 뒤편으로 세면장과 편의시설 등도 갖출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되지만 평소 지하철 이용객은 전혀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SK건설이 918A 공구를 맡으면서 인근 싱가포르 명문학교인 ‘화총’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당초 더체스 로드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더체스 역으로 역명이 정해졌으나 화총 학교의 배려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역명을 학교의 설립자인 ‘탄카케’로 바꿨다.

지하철 역사 인근의 녹지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화총 학교의 농구경기장 부지를 지하철 역 공사 현장으로 썼기 때문이다. 현재 SK건설은 화총 학교에 축구 경기장과 육상 트랙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정 소장은 “싱가포르에서 한때 저가 수주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 우리나라 업체들이 고급 기술력을 가지고 제값 받는 공사에 나서고 있다”면서 “918A 공구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높은 입찰가를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수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SK건설은 지난 2009년 도심지하철 2단계 공사를 수주하며 싱가포르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918A 공구를 비롯해 6개의 토목공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연내 개통을 앞두고 시범 운행중인 도심 지하철. 스크린도어가 파란 비닐로 덮여 있다. © News1

hj_jin@

 

[출처: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