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화진포” 페북에 올리며…싱가포르 총리의 한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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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룽 싱가포르 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고성 화진포 호수 풍경. 실제 방문한 날은 지난해 12월 14일이었는데, 이틀 지난 16일 올린 것으로 보인다.

강원 고성 화진포관광안내소에 근무하는 김명옥씨는 지난달 14일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2명이 근무하는 안내소를 그날따라 혼자 지키고 있었는데, 일행 18명과 함께 온 여행객이 동행 안내를 부탁했다. 안내소를 비울 수 없어 정중히 거절했지만 거듭된 요청에 ‘잠시’라는 단서를 달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가장 먼저 보고 싶어한 것은 뜻밖에도 해변 뒤편 솔숲에 자리잡은 미니골프장. 1920년대 원산에서 화진포로 휴양지를 옮긴 외국인 선교사들이 만든 시설인데, 숲에 가려져 있어 일반 관광객들은 눈여겨보지 않는 곳이다. 콘크리트로 만든 10여개 퍼팅게임 시설은 솔가리에 덮인 채 지금도 잘 보존돼 있다.

싱가포르 총리 일행이 찾은 화진포 솔숲의 미니골프장.

처음에 안내를 부탁할 때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오늘 특별한 분이 오셨어요” 할 때만 해도 속으로 ‘네~, 그러세요’했는데, 돌아갈 무렵에야 정체를 알고 깜짝 놀랐다. 바로 한국으로 1주일간 휴가를 온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일행이었던 것이다. 당황한 가운데서도 급히 해변 거북조형물 앞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고, 고성에서 생산하는 해양심층수 1병과 기념 볼펜, 물수건 등 작은 선물이나마 건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들의 휴가 일정은 안전문제 때문에 관할 경찰서만 알고, 행정기관에선 아무도 모르던 상황이었다. 리 총리 일행은 전날 설악산을 오른 데 이어, 이날 고성 통일전망대 관광을 마치고 7번 국도를 타고 경주로 내려가던 길에 화진포에 들른 것이었다.

리센룽 총리는 휴가 기간 내내 한국의 여행지 풍경을 직접 페이스북에 올려 싱가포르 국민들과 공유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부근에서는 싱가포르 관광객과 찍은 기념사진을, 화진포에서는 응봉으로 오르는 산책로에서 찍은 호수의 모습을 올렸다. ‘화진포는 아름다운 해변과 고요한 호수를 간직한 곳’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날 자신의 스마트폰이 기록한 활동량이 1만5,000보에 달해 힘든 일정이었다는 것도 공개했다.

리 총리는 이후에도 경주를 떠날 때까지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사진을 올렸다. 직접 찍은 사진에는 꼭 ‘내가 찍었다(Photo by me)’고 출처를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울진 망양휴게소에서는 한국의 단체관광객 사진을 올렸고, 죽변항에서는 집어등을 단 오징어잡이 어선과 대게 상자를 옮기는 어부의 모습까지 찍었다. 외가 식구들이 달빛이 없는 밤이면 불을 켜고 고기잡이에 나섰다고, 어머니에게 들은 얘기를 회고하기도 했다.

울진 죽변항의 오징어잡이 어선 사진에는 개인적인 소감도 덧붙였다.

아이유가 모델로 나온 소주병 사진. K-pop 스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이유는 몰랐던 듯 하다.

경주에서는 안압지와 삼릉, 경주 남산 등 유명관광지와 평범한 주민들의 모습을 올렸다. 시내를 둘러보는 데 자전거 전용 도로가 유용했다며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간간이 식당과 음식, 주전부리 사진도 올렸다. 녹색과 빨간 뚜껑 소주병에 서로 다른 가수 얼굴이 붙어있다며 올린 사진에는, 실제로는 같은 인물(아이유)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여행의 즐거움을 SNS를 통해 자국민과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다.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지사는 리센룽 총리 부부가 방문한 한국의 여행코스를 동남아 여행객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출처: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