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新금융벨트] 싱가포르 ’40년 터줏대감’ 換銀, 금융허브 꿰차다

52

정우영 지점장(뒷줄 오른쪽에서 다섯번째)과 싱가포르 지점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세계 4대 금융 허브로 불리는 싱가포르. 그 안에서도 금융 중심가인 세실스트리트는 세계 금융권의 축소판이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전 세계 100여개 상업은행과 40여개의 종합금융사, 200여개의 보험사 및 증권사가 이 주변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금, 규제, 신용정책 등에서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히고 있어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지점도 이 거리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외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연일 세계 금융기관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세실스트리트의 푸르덴셜타워 24층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 금융 허브의 한복판에서 만난 정우영 외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은 “전 세계 금융기관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최근 총자산, 대출금, 예수금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 지점장의 설명대로 외환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총자산은 2009년 5억4300만 달러에서 올해 1분기 8억50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금은 2억8400만 달러에서 3억3100만 달러로 늘어났다. 그 만큼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활발히 이뤄졌다는 얘기다. 예수금은 1억3800만 달러에서 3억200만 달러가 됐다. 세계적인 은행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싱가포르 현지에서 꾸준한 성장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탄탄한 성장의 배경에는 싱가포르에서 기반을 닦아 온 40년의 역사가 있다. 외환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1973년 5월 설립돼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1970년에 주싱가포르 통상대표부가 설치되고 1975년에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외교관계가 수립되면서 총영사관이 대사관으로 승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은행 지점의 역사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외교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우영 지점장(뒷줄 왼쪽에서 네번째)과 싱가포르 지점 직원들이 함께한 야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1967년 세워졌고 싱가포르가 1965년 독립했는데 싱가포르 지점이 1973년 설립된 것을 보면 상당히 빠른 진출이다. 외환은행이 세계 여러 곳 중에서 싱가포르에 조기에 진출한 것은 중국과 동북아를 잇는 교역과 물류의 중심지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예상은 적중해 싱가포르는 현재 런던, 뉴욕, 홍콩과 함께 세계 4대 금융허브로 꼽히고 있다. 정 지점장은 “싱가포르는 세계 컨테이너 처리량 1위인 동시에 세계 3대 원유거래 시장, 세계 최대 선박용 석유거래 시장”이라며 “외환시장의 규모도 세계 5위권으로 외환거래 및 자산운용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며 국제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가능성을 일찍 꿰뚫어 보고 조기에 진출한 만큼 외환은행은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개인고객 거래가 가능한 은행 라이선스(Wholesale Banks)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쟁 환경은 날이 갈수록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DBS, OCBC, UOB 등 대형 현지 은행이 버티고 있고 다른 외국계 은행들도 상대적으로 큰 규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 지점장은 “다른 외국 은행들은 본점의 한 부서가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며 “아무래도 그동안은 자국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한 무역금융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점차 국내 기업 중심의 영업에서 다른 영역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디케이트론’이다. 외환은행은 이를 통해 싱가포르 지점에서 창 밖을 보면 건물 사이로 그 일부가 드러나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MBS) 건립에도 일부 참여했다. 신디케이트론은 주로 현지 은행들이 주선하는데 외환은행은 MBS를 비롯해 일본계 백화점 등에 참여하며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정우영 외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

 

또 다른 돌파구는 현지화에서 찾고 있다. 강점이 있는 국내 기업 대상의 영업뿐만 아니라 현지 소매금융의 확대도 모색 중인 것이다. 정 지점장은 “국내 은행들의 해외 점포는 국가 신용도와 함께 갈 수 밖에 없는데 현재는 싱가포르 유수의 은행들과 금리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격차를 줄였다”며 “기존에는 경쟁력이 있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현지화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보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공: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