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이 없는데… 놀면서 돈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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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3일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쉬고 놀면서 돈을 쓰라’는 것이다. 하지만 “뒤는 생각하지 않는 보여주기식 내수 활성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부작용’을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국내 여행을 늘리겠다며 내놓은 철도 할인책이다. 정부는 철도 자유이용권인 ‘내일로’ 이용 연령을 완화하기로 했다. ‘내일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청년(만 18세 이상∼25세 이하)에 제공하는 일반열차 자유이용권이다. 이번에 연령을 만 29세 이하로 확대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취업난에 내몰린 청년층의 ‘내일로’ 이용은 감소 추세다. 2015년 23만967명이었던 사용자는 지난해 11만2293명으로 반 토막 났다. 한 취업준비생은 “취업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는데 놀 여유가 어디 있느냐”며 “위화감만 조성하는 정책”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철도 할인율 강화로 인한 코레일의 매출 감소, 이에 따른 철도 이용객의 피해도 고려되지 않았다. 코레일은 지난해 12월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에 따른 승객 감소로 연간 2000억원가량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경쟁을 위해 마일리지 적립과 할인 서비스를 대거 도입했다. 이번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할인 혜택이 더 늘면 코레일의 손실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코레일의 적자 피해는 고스란히 철도 이용객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최근 기획재정부가 손실보상금을 축소키로 하자 수익이 나지 않는 벽지 노선의 열차운행 횟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에 대한 불평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의 우려가 크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는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먹고 쇼핑하고 즐기라고 권장하는 제도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매장은 사람들이 오래 머물수록 매출로 연결된다”면서 “보통 맞벌이가족은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여유 있게 장을 보고 외식도 한다. 그런데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로 금요일 저녁에 짧게 장을 보고 주말에는 나들이를 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전·월세자금 대출 한도 확대는 개인 빚만 늘리는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정부 대책에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은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세종=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