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진출과 헤지펀드 운용, 노하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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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2~3년 동안 헤지펀드 운용 트랙레코드를 쌓은 노력이 해외투자자 유치라는 성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2010년 싱가포르에서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을 시작한 신남 우리앱솔루트파트너스(WAP) 법인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5일 찾은 싱가포르 진출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 아직 시작 단계지만 해외투자자를 유치하고 투자문의를 받는 등 성과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새 먹거리를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지만 유수의 글로벌 금융사들이 모인 곳인 만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게 해외에서의 헤지펀드 운용 노하우를 들어봤다.

◆’안정성’ 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 눈높이에 맞춰야=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싱가포르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투자자 유치다. 해외 자금은 최근 싱가포르로 모여들고 있다. 현대증권 홍콩법인이 100% 출자한 AQG의 김홍식 대표는 “전에는 싱가포르에 화교 자금이 유입됐다면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자산가들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주의가 깨지면서 유럽 부자들도 싱가포르에 자금을 맡기는 추세”라고 알렸다.

그런데 처음 해외에서 투자자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 이무광 트러스톤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장은 “초기 해외로 나오면 막막하다. 언어와 표현, 대화 방식이 달라 자금 모으기도 어려웠다”며 “한국에서 하는 것만큼 운용할 수 있기 까지 3년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투자금을 얻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트랙레코드다. 수년간 펀드를 안정적으로 운용했다는 기록이 있어야 한다. 신남 WAP 법인장은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로 나오면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운용 트랙레코드 2~3년이 있어야 하고 초기에 연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이 나와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운용자산규모는 커야 한다. 신 법인장은 “아시아에서는 1억달러 이상은 돼야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다”며 “기관투자자의 경우 펀드에 투자할 때 그 펀드 전체 운용자산의 10~20% 이상까지 자금을 넣으려 하지 않는다”며 “한국에서는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시스템을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 법인장은 “헤지펀드는 코스피처럼 모두 공개되고 찾기 쉬운 것이 아니라 어디서 누굴 만나야 할지 알기 어렵다”면서 “네트워크가 있거나 네트워크가 있는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금융가 모습

 

◆한국서 투자받을 때 걸림돌 존재…어려워지는 투자환경= 싱가포르에서는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는 좋지만 한국 투자를 받기에는 장애물이 있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해외에 있는 단일펀드에 직접 투자하지 못한다. 분리과세 문제도 있어 자금을 받지 못한다.

국내 기관들의 자금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큰 기관투자자는 블랙록 등 해외 대형 자산운용사에만 투자하려고 해 유치가 어렵다. 이보다 작은 기관투자자는 환헤지 이슈가 있다. 신 법인장은 “한국투자공사(KIC) 같은 곳은 해외 자산이 많아 환율변동에 큰 타격이 없고 환헤지도 어렵지 않겠지만 규모가 작은 기관은 꼭 환헤지를 해야 하는데 직접 환헤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이유로 투자자금을 바로 받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기관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 때문에 당장 투자가를 모으기가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헤지펀드에 대한 전 세계의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신 법인장은 “미국에서는 역외헤지펀드 투자가 어려워졌다”며 “미국투자자의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각종 서류를 많이 제출해야 해 미국 투자자를 아예 안 받는 펀드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운용사 등록요건이 강화됐다. 2012년 싱가포르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이 펀드를 다시 신규 등록했다. 예전에 없던 자본금요건이 생겼고 실거주여부, 회계감사 등 요건을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펀드는 근거지를 조세피난처(Tax Heaven)에 둔다. 펀드를 이곳에 설립하면 나중에 세금을 추가로 내지 않아도 돼 계산이 간단해진다. 그런데 투명성이 높아지며 최근에는 싱가포르에 펀드를 등록하는 경우도 늘었다는 전언이다. 신 법인장은 “WAP가 운용하는 3개 재간접 헤지펀드 중 1개 펀드는 싱가포르에 등록했다”며 “펀드 대다수는 조세피난처에 등록하지만 싱가포르에 펀드를 등록하면 금융당국의 회계감사 등 규정을 따르게 되기 때문에 중간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 이런 것을 선호하는 투자자도 있다”고 했다.

◆헤지펀드 운용 때 필요한 ‘이것’…사람·데이터분석= 헤지펀드 운용사마다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 이에 따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달라진다.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는 ‘인적자원’이 핵심이다. 종목을 사고파는 전략이라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무광 법인장은 “운용 초기 직원들의 이동이 잦아 고생을 했는데 대체인력을 찾기가 어렵다”며 “팀워크가 중요한데 이에 채용할 때 가치지향 등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뽑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채용 때 숙제를 내 사고방식을 읽으려 하고 팀원 전부가 지원자들과 미팅하며 조직에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본다”고 귀띔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아세안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각 지역별로 이해도가 높은 직원도 확충했다. 일본과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자라났거나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법인장은 “국가별로 주식을 살 때 결제일과 방법이 다르고 이자율과 환율을 따질 수 있어야 한다”며 “각종 세금과 규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잘 알아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퀀트롱숏전략을 사용하는 AQG에서는 데이터베이스 분석력이 중요하다. 1개 회사당 수천개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IT인력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 김홍식 대표는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모델링을 잘 해야 한다”며 “여기에 각 시장의 통계학적 성격을 파악, 대입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AQG만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출처: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