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선 쌍용건설이 대장”…기술력·안전성 기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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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부가 해외건설 현장⑩]쌍용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T308 현장
“최저가 경쟁은 옛말”…기술력·신뢰·안전성으로 수주

저가수주 현장의 손실로 해외건설시장에서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국내 건설사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최근 기획부터, 시공, 금융조달,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올해 예상되는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10조달러. 지난해보다 3.8% 성장한 수준이다. 대형건설업계가 위기의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해외건설시장을 어떻게 공략하고 있는지, 커지는 세계건설시장에 발맞춰 기술력을 갖춘 현장들을 찾아가본다.<편집자주>

싱가포르 지하철공사 TEL T308공구 공사 현장 전경/사진제공=쌍용건설© News1

“해외 건설시장에서 최저가격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기술력과, 신뢰도, 안전성 등으로 승부를 봐야죠. 싱가포르에서 쌍용건설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직원 모두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류동훈 쌍용건설 현장소장)

싱가포르 남동부 마린퍼레이드로드 일대에는 톰슨이스트코스트라인(TEL)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창이국제공항에서부터 도심까지 연결하는 이 노선은 지하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곳으로 지난해부터 공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중 쌍용건설이 맡은 T308 공구는 마린테라스역사와 터널 등 총 1.78㎞ 구간을 건설하는 공사다. 지난해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으로부터 2억5200만달러(약 3050억원)에 수주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공정률 12%로 공사 초기 상태다.

현장을 방문했을 때 T308 공구는 굴착과 함께 벽 지지대를 설치하는 ‘D-월(격벽)’작업이 한창이었다. 지상으로부터 땅을 파 내려가면서 가장자리에 벽체를 세우는 기초 구조 작업이다. 이 작업은 공기를 단축하고 후속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계로 꼽히기도 한다.

쌍용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TEL T308공구 공사 조감도. 현장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인접해 있다./자료제공=쌍용건설© News1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서 진행하는 ‘최고난도 공사’

T308 공구는 다른 공사현장과 달리 주변에 아파트와 학교 등이 바로 붙어있는 주거밀집지역인데다 기존 도로 밑에서 공사가 진행돼 대대적인 공사가 쉽지 않다. 민원 소지가 많은데다 지반도 연약해 공사 과정에서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쌍용건설은 역사 구간(400여m)은 도로 이용에 지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탑다운(Top Down) 방식을 적용했다. 지하철 천정쪽 공사를 먼저 끝낸 후 하부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도로를 잠시 이설한 뒤 천정부 공사만 끝나면 도로를 원래대로 이용할 수 있다. 역사에서 시그랩역까지 이어지는 1.34㎞ 터널 구간은 상층부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지하에서 대형터널굴착기(TBM)를 이용해 파고 들어가는 공법을 사용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했다.

쌍용건설은 주변 현장의 소음을 줄이고 미관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 도로 양옆에 색색의 가림판을 설치하고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현장이 매립지여서 지반이 연약해 D-월 벽지지대를 튼튼히 세우기 위해서는 60m까지 땅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폭 6m짜리 콘크리트벽 300여개가 필요하다.

공사중 지지벽이 무너지는것을 막기 위해 굴착과 동시에 화학용액 벤토나이트를 주입한 뒤 빼내고 다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법을 반복해야 한다. 내부 앞력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이다. 주변에는 벤토나이트 주입을 위한 노란색 원통형 플랜트 여러 기가 대기중이었다.

류동훈 소장은 입사 25년차 베테랑이지만 주거지역 공사에 있어서는 항상 겸손하고 신중하다. 류 소장은 “1992년 입사해 25년 중 20년을 지하철 공사를 했는데 주택가 공사가 가장 힘이 든다”며 “공사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경써야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어떤 공사를 진행하던지 지상 교통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작업해야 한다. 도로를 굴착하기 위해서는 우회도로를 먼저 만들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땅속에 매설된 전력선이나 배수관 등도 그대로 옮겨야 한다.   류 소장은 “안전을 지키면서 교통소통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교통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총 16회의 도로이설 작업을 계획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은 또 지역 주민의 민원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현장 주변에 수위계, 침하계, 경사계, 소음측정기 등 각종 계측기를 그물처럼 촘촘하게 설치하고 24시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아파트 커뮤니티를 직접 찾아가 공사 내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고 봉사활동 등을 통해 지역 주민과 유대관계를 맺는 것 또한 쌍용건설의 역할이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쌍용건설이 지역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소음저감, 도로교통개선, 민원반영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한 배려에 고마움을 느끼는 주민들도 많다”고 전했다.

쌍용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TEL T308공구 공사현장의 도로이설 작업 모습. 쌍용건설은 총 16회의 도로이설을 계획 중이다./사진제공=쌍용건설© News1

◇”최저가 경쟁은 옛말”…기술력·신뢰·안전성으로 승부

쌍용건설은 T308 공구 입찰 당시 최저가로 입찰하지 않았음에도 비가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타국 업체들을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했다. 시공사의 시공 능력·기술력·안전관리 능력·경영평가 등을 종합 평가하는 PQM(Price Quality Method) 방식 입찰에서 타사 대비 월등한 비가격 부문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월등한 기술력과 안전관리능력을 입증해보였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1980년 우리나라 건설사 중 최초로 싱가포르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39개 프로젝트(53억달러)를 수주하며 싱가포르에 건설한류를 전파한 장본인이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 정부나 지역 주민들과 다져놓은 신뢰는 한국의 후발주자들에게 좋은 발판이 됐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상징적인 건물은 바로 쌍용건설이 지은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이다. 국내에도 손꼽히는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이 호텔은 공사 당시만해도 고난도 설계로 인해 발주처조차 우려를 표했었다. 쌍용건설은 이 기적 같은 호텔을 27개월만에 그것도 1200만 인시 무재해로 완공했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 국민들 사이에서도 쌍용건설은 최고난도 공사를 안전하게 시공하는 건설사로 유명하다. 오히려 국내에서보다 싱가포르에서의 위상이 더 높다. 이밖에도 래플즈시티, 마리나해안고속도로, 베독복합개발 등 싱가포르의 여러 랜드마크가 쌍용건설의 작품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싱가포르 건설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시공을 맡은 지하철 다운타운라인(DTL) 921공구(2009년착공)에서 최초로 1600만 인시 무재해를 달성했다. 앞서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 무재해 최고 기록은 700만 인시였다. 이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최고 권위 토목 분야 상인 ‘LTEA(Land Transport Excellence Awards) 2016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건설사가 단독으로 대상을 받은 건 쌍용건설이 처음이다.

이러한 업적들로 인해 쌍용건설 직원들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갖게 됐다. 류 소장은 “싱가포르 정부와 주민들이 쌍용건설에 거는 기대감은 다른 건설사와 다르다”며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감과 책임감을 갖고 무재해 기록을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맡겨진 T308 공구 공사 역시 정해진 공기 내에 안전사고 없이 완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주민 민원 또한 최소화해 나중에 주민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공사를 끝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류동훈 쌍용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TEL T308공구 현장소장/사진제공=쌍용건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