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 낮은 부산항…싱가포르·상하이의 35%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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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물량에만 치중 …선박수리·급유·선용품 등 관련 산업 육성 시급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6위권에 드는 부산항의 부가가치 창출이 외국 항만보다 형편없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해양수산청이 부산항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연 ‘부산항 협력 포럼’에서 동명대학교 우종균 교수는 “한진해운 사태, 해운동맹 재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부산항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단순히 더 많은 컨테이너 화물을 유치하는 데 급급한 정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해 부가가치 높은 항만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세계 주요 항만의 피고용자 보수, 영업이익 등 다양한 지표를 이용해 산출한 부산항의 전체 부가가치 규모는 연간 6조 원 정도로 싱가포르의 35%,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40%, 중국 상하이의 3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부산 신항 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 신항 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는 부산항의 부가가치 창출원이 단순한 화물운송, 하역, 보관 기능에 머물고 있고 다른 관련 산업의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부산항의 부가가치 가운데 60.3%가 항만 하역, 보관, 내륙수송에서 발생한다.

선박 수리·매매·관리, 선용품, 급유, 금융, 법률컨설팅 등 해운 분야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는 22.1%에 불과하고 항만배후단지 운영, 해양·환경·보안 첨단기술, 항만 설계 및 컨설팅 등 항만 관련 산업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도 17.7%밖에 안 된다.

반면 싱가포르와 로테르담은 하역과 운송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9.3%와 17.3%에 그친다. 상하이도 33.3%로 부산보다 훨씬 낮다.

나머지는 해운 분야와 항만 관련 산업에서 나온다.

컨테이너로 가득한 부산항[연합뉴스 자료사진]

컨테이너로 가득한 부산항[연합뉴스 자료사진]

알기 쉽게 말하면 부산항은 컨테이너 터미널을 중심으로 하는 부가가치 의존도가 절대적인 데 비해 싱가포르, 로테르담, 상하이 등은 터미널, 해운, 항만 관련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이다.

이런 차이로 말미암아 부산항은 세계경기와 그에 따른 물동량 변화에 부가가치가 쉽게 좌우되는 한계가 있지만,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은 그런 영향을 훨씬 덜 받으면서 안정되게 높은 경쟁력을 유지한다고 우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부산은 세계 1위의 조선 및 기자재산업, 세계 6위권의 부산항, 세계 1, 2위를 다투는 전자·정보통신산업이라는 좋은 해양 비즈니스 여건을 갖고도 물동량 증대에만 치우친 정책 불균형 때문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외국에 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들 가운데 약 4%만 한국에 수리를 맡기고 있고, 심지어 2만t 이상 국적선의 약 97%가 외국에서 수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수리조선 시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부산항에 입항한 선박의 10%만 부산에서 기름을 공급받았으며, 이마저도 탱크를 가득 채우지 않고 홍콩이나 싱가포르까지 갈 양만 넣은 선박이 50%에 달했다.

부산항 기항 선박의 60%가 싱가포르에서 각종 선용품을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항의 선용품시장 규모는 연간 1조6천억 원으로 싱가포르의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 교수는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싱가포르, 로테르담, 상하이 등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부산항은 낮은 부가가치밖에 창출하지 못하는 관문 항만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제기구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보안, 안전 등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제4차 산업 혁명으로 항만 분야에서도 다양한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로테르담, 상하이 등이 선박 급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항만 클러스터 생태계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며 부산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항만의 경쟁력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즉, 물동량 수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부가가치 창출에 더 비중을 두고 해운 관련 서비스와 항만산업을 육성하는 그랜드 디자인을 마련하는 등 항만전략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필요한 전문인력의 양성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