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감옥?…싱가포르 최대 이주노동자 기숙사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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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야외스크린 앞에 앉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체력단련장에서 언제든 운동도 즐길 수 있다. 전용 마트와 의료시설까지 갖춘 이 곳은 싱가포르의 한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다. 비좁은 공간에서 땀냄새를 맡으며 겨우 몸을 누인채 잠들어야 했던 다른 숙소들과는 딴판이다. 천국같다고? 아직 단정하긴 이르다. 이곳에선 250개의 폐쇄회로(CC) TV 카메라가 언제든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BBC가 15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전용 기숙사 ‘투아스 뷰(Tuas View)’를 소개했다.

BBC에 따르면 이 기숙사는 싱가포르에 있는 수천여개의 이주노동자용 기숙사 중 단연 돋보이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방글라데시, 중국, 미얀마, 태국, 필리핀 등에서 온 1만6800명의 이주노동자가 머물고 있는 이곳에는 이들을 위한 전용쇼핑몰과 푸드코트, 의료시설까지 구비돼있다. BBC는 “마치 작은 마을 같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전용 투아스뷰(Tuas View) 기숙사 모습 출처:BBC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전용 투아스뷰(Tuas View) 기숙사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 출처:BBC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오면 정원에 있는 야외스크린을 통해 최신 발리우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과 크리켓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다. 기숙사 건물이 바다에서 멀지 않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과 귀로 바다를 즐길 수도 있다. 세탁서비스도 있다. 이곳의 생활비는 매달 220달러 정도 드는데 고용주가 부담한다. 늘 인권탄압 시비가 따라붙었던 과거의 다른 공장숙소와는 영 다른 모습이다.

BBC는 더없이 좋아보이는 이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사생활이다.

이 숙소에는 약 250여대의 CCTV가 설치돼 건물 곳곳을 감시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숙소에 들어오고 나갈때마다 지문을 인식해야 한다. 기숙사의 한 매니저는 “회사가 자사 직원들이 언제 들어왔고 언제 나갔는지 출입기록을 요구하면 전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노동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경찰에도 개인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경제인권기구(Humanitarian Organisation for Migration Economics·HOME)의 관계자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이렇게 큰 규모의 이주자 숙소를 지어놓은 이유는 그들을 할 수 있는 한 격리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을 위험요소로 보고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분리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숙소는 싱가포르 시내 중심으로부터 상당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고 BBC는 전했다.

숙소 관리자는 “이주노동자들이 싱가포르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까지 간다면 마을주민들이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할 수 있는 한 노동자들을 숙소 안에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 ‘고급기숙사’가 실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권리옹호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보기에 이곳은 또다른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정책)’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