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大賞] 현대건설 ‘싱가포르 해저 유류 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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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大賞] 현대건설 `싱가포르 해저 유류 비축기지`

<종합대상(국토교통부장관상)/해외건설>
축구장 84개 크기 저장동굴…’해저건축’ 새 역사 쓰다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바다 130m 아래에 축구장 84개를 합한 크기의 유류 저장시설을 짓는 게 과연 가능할까? 현대건설이 이 물음에 결과로 답했다. 지난 9월 2일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해저 유류 비축기지 1단계 공사를 무사히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간 것이다.

현대건설이 수행한 ‘싱가포르 해저 유류 비축기지’ 프로젝트가 ‘2014년 이데일리 건설산업대상’에서 해외부문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선도적인 최첨단 기술이 이 공사에 대거 투입됐고, 아직까지 국내에선 미개척 분야인 해저 건축 분야에 현대건설이 새 통로를 만들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는 향후 우리 건설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받았다.

◇축구장 84개 규모의 지하 건설공사… 우리 손으로

싱가포르 해저유류 비축기지 1단계 사업은 싱가포르 서남단 주롱섬 인근의 반얀 해역 130m 지하 암반에 약 930만 배럴의 원유 비축기지와 유조선 접안·운영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축구장 약 84개 규모로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다섯 척과 거의 맞먹는다.

싱가포르는 비석유 생산국가로 중계 기능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휴스턴, 유럽의 ARA 지역(암스테르담·로테르담·엔트워프)과 더불어 세계 3대 오일허브가 됐다는 사실에서 이 나라의 범국가적인 노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런 세계적 경쟁의 기반가 되는 곳이 바로 주롱 석유화학공업단지다.

주롱섬은 7개의 분할된 자연섬이었으나 1987년 오일 허브로 개발될 초기 싱가포르 정부가 계획적으로 사들여 독립된 오일 허브로 조성했다. 이후 주롱 석유화학공업단지는 세계 오일 시장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제한된 국토는 점차 늘어나는 석유화학 제품의 비축 요구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대안으로 해저 지하공간 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 최초의 해저 유류 비축기지 건설 계획이 입안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주롱 유류 비축기지 프로젝트는 1·2단계 공사로 나눠 계획됐다. 현재 싱가포르에 조성돼 있거나 건설 예정인 저장시설 규모는 1억8300만 배럴 정도로, 이 중 이번 프로젝트가 담당하는 용량은 1800만 배럴이다. 전체의 약 10%에 해당한다. 총 사업비는 7억2500만 달러 규모다. 동남아시아 첫 해저 유류 비축기지로, 싱가포르의 차세대 경제 동력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첨단 공법 도입·초대형 장비 투입 눈길

현대건설은 1단계로 유류 비축용량의 설계·구매·시공 및 시운전을 턴키 방식으로 수행했다. 주롱 유류 비축기지 현장은 크게 제품의 입·출하와 관련된 지상부의 시설 공사와 지하 저장동굴 공사로 구분할 수 있다. 수직구 공사에 이어 저장동굴 공사와 제반 운영터널 공사를 진행했다.

주롱섬 해저 석유 비축기지는 일반 도로터널이나 광산과 달리 다양한 최첨단 건설공법이 필요하다. 단순히 암반을 깨고 넓은 공간을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하 100m 와 130m 지점에 각종 운전시설과 유류 저장탱크(길이 340m×2개) 5기를 1층과 2층으로 나눠 건설하기 때문이다.

전체 터널의 길이만 11.2㎞에 달한다. 이 때문에 건설 장비들이 쉴새 없이 지나다니는 ‘폭 20m×높이 27m’의 터널은 미로와 같다. 리프트에서 내려 200m쯤 들어가면 좌우로 길이 나뉘고 여기서 200~300m를 더 걸어가면 다시 새로운 동굴이 나온다.

초대형 프로젝트답게 현장 장비에도 ‘대형’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점보 드릴, 대형 불도저(휠로더), 덤프트럭 등. 이 장비를 나르기 위해 설치된 리프트(4개) 역시 초대형·초고속이다.

또 여러 최첨단 공법들이 이 공사에 도입됐다. 암반 속 해수의 압력을 막아 내기 위한 그라우팅(grouting), 석유증기가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인공수막 공법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이번 해저 석유비축기지의 성공적 수행으로 싱가포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또 향후 발주될 2단계 유류 비축기지 수주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싱가포르에서 지난 30여년간 이 나라 국토의 5%에 해당하는 면적을 도맡아 준설·매립한 경험이 있다.

이번 프로젝트 성공은 국내 관련 분야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재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석유 비축기지가 완공돼 그동안 국내 토목 건설의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던 지하 건축물 공사에도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이데일리]